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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지식교류와 역사기억> 국제학술회의 참관기

 

박경석(동북아역사재단)


지난 12월 5일과 6일에 <동아시아의 지식교류와 역사기억>를 주제로 서울에서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동아시아사 연구자포럼’ 준비위원회와 동북아역사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회의에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지역에서 총 60명의 연구자들이 참가하여 4개의 세션과 8개의 패널로 나뉘어 총 35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회의에서는 동아시아 지식교류의 역사를 확인하고, 역사에 대한 집단기억이 형성되고 작동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는 동아시아의 역사 경험과 기억을 공유함으로써 종국적으로는 동아시아에 내재해 있는 역사 갈등의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는데, 참가자들은 대체로 이런 주최 측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매우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진지한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

또 하나의 성과는 ‘동아시아사 연구포럼’의 정식 발족이었다. 동아시아의 역사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화’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 대화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학계 차원의 활발한 연대와 대화가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한일 및 중일 역사공동연구위윈회가 있고, 시민사회 차원에서는 ‘세계역사NGO대회’가 있어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금번 학술대회는 순수 학계 차원의 교류와 소통을 위한 장으로 마련된 것인데, 작년 회의에서 결성되었던 준비모임이 금년의 학술회의를 통해 ‘동아시아사 연구포럼’으로 정식 출범함으로써, 동아시아 학술 연대의 틀로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는 장기적으로 역사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학술적 논의의 통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회의 내용을 보면, 먼저 이태진 교수가 기조 발제를 통해, 한중일의 역사적 상호 관계 및 상호 인식을 음미하면서 한중일 3국간의 진정한 대화를 통한 평화적 질서 확립을 강조하였다. 특히 ‘도덕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불의를 척결하는 거사에 뒤이어 진정한 평화를 위한 경제공동체의 수립을 주장했던’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회상함으로써 설득력을 더했다.

각 패널에서는 ‘지식교류’의 양상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많았다. 구체적으로 ‘근세’에서의 해외정보의 유통, 경험세계와 인식의 공유, 교육과 문화의 결절과 파급, 아시아주의의 연쇄, 근대적 위생의 도입과 전파, 유학생과 지식의 유통 등이 다루어졌다. 특히, ‘지식 유통 권역’으로서의 동아시아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제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근대 이전에는 지식의 유통체계가 안정적으로 확립되어 있었으나, 19세기 후반부터 이것이 깨지면서 새로운 유통체계를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본이 헤게모니를 장악하였고 한국과 중국은 주변으로 소외되었다. 戰後에는 기존의 유통체계가 다시 깨지면서 동아시아의 지식교류가 서구에 직접적으로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제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은 동아시아의 지식유통 권역 내지 체계의 부활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제기와 관련, 지식교류에 있어 전통과 근대의 관계, 지식유통의 방향성 즉, 일방향인가 쌍방향인가의 문제, 대외적 지식교류를 담당하는 주체들의 특성에 대하여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듯하다.

‘역사기억’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식민지와 전쟁에 대한 역사기억의 형성과 작동, 새로운 동아시아사 역사서술의 가능성 등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접근이 미흡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항일전쟁’, 식민지 경험(신사참배), 중국 사학, 한중일 역사공동교재의 개발, 중일관계사, 한국의 ‘동아시아사’ 교육 등의 문제가 ‘역사기억’의 문제와 일정한 연관성을 갖지 못하고 개별적으로만 논의되었다. 오히려 다른 패널에서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가 ‘임진왜란에 대한 근세 일본의 역사기억’이라는 ‘역사 속의 역사기억’을 다루어서 흥미를 끌었다. 말하자면, 임진왜란 이후 일본의 임진왜란 기억에 임진왜란의 전체상을 통찰하거나 ‘임진왜란에서의 잘못’을 반성하는 내용이 전혀 없는 등 매우 취약했다. 대개가 무용담 위주로 자기를 과시하는 기록과 기억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런 역사기억에서의 오류가 메이지유신 이후의 일본에 계승되어 일본이 팽창주의로 나가는 데에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잘못이 1980년대 이후 다시 재현되고 있는 형국이다. 역사 교훈을 통해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임진왜란에 대한 역사기억을 재검토해서 현재 일본이 미래로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데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의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전체-패널-개별논문으로 이어지는 주제의 연관성이 떨어졌다는 점, 참가자나 주제에 쏠림 현상이 다소 발견되었다는 점, 여전히 준비한 발표와 토론을 소화하는 데에 급급하였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었다.

(출처 : 서남포럼)

by kevin | 2008/12/17 08:53 | 미분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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