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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은 자선사업일까?



글 : 김연희(희망제작소 전략기획실 선임연구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 그라민 은행은 자선사업일까? 정답은 "아니다". “자선으로는 가난을 해결할 수 없다”고 믿는 것이 그라민 은행을 창립한 무함마드 유누스의 생각이다. 그는 담보가 없어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고객”으로 모시고 그들에게 작은 농장이나 공방을 해볼 수 있도록 소액을 무담보로 제공하는 사업을 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한 것이 아닌 엄연한 대출사업이었다. 이는 시장논리로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자선을 실현한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이라고 볼 수 있다. 보통의 은행에서는 거들떠도 안 보는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가 되겠나 싶지만, 회수율은 무려 98.6%로 부실 대출이 없다시피 하여 망하기는커녕 흑자를 내고 있다.


얼핏 시장(market)은 ‘사회적(social)’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가 다루는 네 가지 중 하나가 바로 시장에서의 사회적 경제이다. 쉬운 예로 기업 고유의 경제적 활동 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이나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 입장에서 행해지는 사회적, 환경적 활동들이 사회혁신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고유사업과는 별개로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자선적 성격의 활동으로 시작하여, 최근에는 기업의 고유사업에 사회공헌활동을 결합시키는 전략적 사회공헌 혹은 통합자선(integrated philanthropy)으로 진화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인 도요타, 휴렛팩커드, GE, 월마트, 그린마운틴커피, 그리고 스타벅스에 이르기까지 제품에 사회적 책임을 불어 넣는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자본주의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오늘날 세계 100대 경제주체 중 51개가 국가가 아닌 기업이며, 현재 전 세계 해외자산의 20%가 100대 다국적 기업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300대 다국적 기업은 세계총자산의 25%를 차지하며, 글로벌 교역의 40%가 이러한 다국적 기업들 내에서 발생한다. 이들 기업이 움직이면 세계가 변화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결과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변화의 힘으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무함마드 유누스의 가난 없는 세상을 위하여, “자선만으로는 가난을 해결할 수 없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몬드라곤 공동체(Mondragon)에서부터, 페루 커피 협동조합과 같은 생산자 협동조합이나, 일본의 소비자생활협동조합(consumer co-operatives;이하 생협)은 또 다른 경제의 축이 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 있게 성장해오고 있는 일본의 경우, 전체 가구의 5분의 1 가량이 생활협동조합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생협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거래함으로써 소비자는 신뢰할 만한 먹거리를 제공받고 생산 농가는 중간 마진 없이 더 큰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한 살림 등 다양한 생협이 성장하고 있다.

영국의 카페디렉트(Cafedirect)는 영국 최대의 커피 브랜드 중 하나이다. 제이미 올리버라는 사회적기업가가 만든 음식점 피프틴(Fifteen)레스토랑은 청년 실업자와 노숙자, 알콜 중독자 등을 종업원으로 고용하고, 기술과 경험을 습득한 종업원들에게는 창업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체이다. 현재 피프틴은 런던 사람들에게 세련된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사회적 미션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노리는 사회적기업이 출현했다. 현재 영국에는 이 같은 사회적기업이 1만5000개 이상 존재한다.




카페디렉트는 영국 최대의 커피 브랜드 중 하나로, 영국 대학가에서는 '공정무역의 대명사' 카페디렉트가 운영하는 직영 커피숍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전무 하다시피 하지만,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는 사회적 목적의 투자가 활발한 편이다. 이탈리아의 뱅카프로시마(Banca Prossima), 영국의 브릿지커뮤니티벤처(Bridges Community Ventures)가 그런 대표적 예이다. 이들의 투자는 자선적 목적의 기부와는 엄연히 다른 성격의 투자(investment)이다.

다만 브릿지커뮤니티벤처는 사회적 목적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고 투자자들에게 금전적 배당(financial returns) 뿐만 아니라 사회적 배당(social returns)을 하고 있는 셈이다. 버려진 기름을 재생하는 지역기업(Whelan Refining Limited), 버려진 타이어를 수집하여 가공하는 기업(CE Holdings), 저소득층을 위한 저렴한 건강헬스클럽(The Gym), 창업단계의 소기업에게 사무공간 제공하는 사업(The Office) 등이 투자를 받고 있다.






브릿지커뮤니티벤처의 홈페이지, 이름처럼 투자가 필요한 사회적기업들과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윤리적 사회적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를 연결하고 있다.
심지어 사회적 증권거래소(social stock market)라는 말이 등장했다. 지난 3월 세계적인 자산단체인 록펠러재단이 사회적 증권거래소의 연구 프로젝트에 50만 달러를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회적 증권거래소의 시초는 2003년 브라질 증권거래소(Bovespa)가 온라인상으로 처음 개설한 사회ㆍ환경 증권거래소(BVS&A)이다.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와 유사한 거래소를 열었으며, 인도, 뉴질랜드, 포르투갈, 태국 등이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고 전해진다. 영국과 독일이 이르면 내년에 사회적 증권거래소를 개설할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증권거래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회적 증권거래소(Social Stock Exchange)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하는 기업들, 재무적 수익과 사회적 미션을 동시에 수행하는 사회적기업(social enterprise)의 주식을 거래소에 상장시킨 후, 윤리적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공급받는 주식시장을 말한다. 사회적 증권거래소는 일반 거래소처럼 주식을 상장시켜 자유롭게 거래하는 곳이지만 상장된 기업들의 성격이 비영리단체나 CSR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점이 기존 거래소와 차별되는 지점이다. 또 기업의 지분을 사거나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거나 현금을 배당받는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투자한 사회적기업의 투명한 경영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명예 주식인 '사회적 주식(Social Shares)'을 산 셈이다.

꿈만 같던 사회적 증권거래소의 탄생은 그동안 '노는 물이 달랐'던 것으로 인식되었던 자선, 사회혁신이 '시장'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상황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시장에서의 사회적 움직임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이 발효되어 다양한 사회적기업들이 지원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고 윤리적 소비자, 윤리적 생산자, 공정무역 등이 활성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 받거나 크게 성공한 모델은 많지 않다. 노동과 자본을 활용해 사회적으로 유용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기업가는 1990년대 말을 전후로 영국과 미국에서 정부의 공백을 채우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우리나라 역시, 시장에서 활약하는 다양한 사회적기업가, 사회적기업, 사회적금융 등이 출현하기를 기대해본다.



BVS&A홈페이지 http://www.bovespasocial.org.br/

by kevin | 2008/12/17 10:35 | life at work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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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 일주일간은 제가 거의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있었습니다. 노트북의 하드디스크가 망가지면서 제가 모아두었던 몇GB에 이르는 데이터가 하늘나라로 날아가 버렸거든요. 특히, 블로그 연재용으로 학자금 대출에 관련한 자료들 등 글이 약 10여개 정도 있었는데, 그걸 다 날려서 예정된 연재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하드 복구를 시도했지만, 용산에서 요구하는 가격은 "44만원", 세상에 제 한달 생활비 하고도 몇 만원이 더되는 돈이......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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