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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중국의 이웃되기

박민희 (한겨레 국제부 기자)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을 연출한 장이머우 감독은 중국 <남방주말>과 인터뷰에서 “서방 국가에서라면 이런 초대형 개막식은 불가능했을 것이며, 북한을 빼면 어떤 나라도 이런 공연을 해낼 수 없다”고 자랑했다. 이유는?“서방 국가에서는 노동조합이나 인권,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화려한 개막식을 위해, 수많은 `희생‘이 있었다. 공연자들은 하루 16시간씩 연습을 했고, 탈진하거나 부상당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26살의 촉망받던 무용수 류옌은 리허설 도중 10피트 높이에서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됐다. 인민해방군 병사 900명은 활자판을 형상화한 박스 안에서 6시간을 대기하느라 화장실에 갈 수 없어 성인용 기저귀를 착용해야 했다.

 지독한 맹훈련을 소화하고 개막식 공연을 끝낸 소림사 무술학교 학생 런양(17)은 <AP> 통신에 “우리가 흘린 눈물과 땀, 피는 모두 가치가 있었다. 개막식 내내  내 가슴은 순수한 기쁨으로 가득했다”고 했다.

 이 인터뷰들을 읽으면서 한국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 `지독한 국가주의에 취한 사람들’ 또는 ‘중국 민주화는 한참 멀었군’ 정도일까?

 전통 종교도 이데올로기도 힘을 잃은 중국에서 올림픽은 중국인들의 `종교‘였다. 올림픽을 통해 대다수 중국인들은 좌절과 고통과 혼란으로 얼룩졌던 과거 100년의 치욕을 씻어버리고, 떠오르는 조국의 힘을 확인하고, `중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진심으로 느꼈다. (물론 올림픽으로 생존권을 박탈당하고 강제 이주된 이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그들의 이웃 한국, 일본, 대만, 홍콩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올림픽 폐막 다음날인 8월25일 대만 <타이페이 타임스> 사설란에는 ‘베이징의 텅 빈 자부심’이란 사설이 실렸다. “이번 올림픽은 중국의 국가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했다. 국가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수천 가구가 강제로 이주당해야 했고, (개막식에서) 더 예쁜 소녀는 덜 예쁜 소녀의 목소리에 맞춰 립싱크를 했다. 개인에 대한 존중이 국가주의 제단을 위해 희생당했다. 중국은 올림픽을 통해 위대한 강대국이 되었음을 과시했지만, 약소국이나 자국내 시민들을 존중하지 않으며 국가주의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고 여기고 있음도 보여줬다. 중국이 국민의 기본적 삶의 질과 자유, 민주,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근대국가 대열에 동참할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올림픽 기간 내내 ‘하나의 중국’과 동포애를 강조했고, 중국 관중들은 대만 선수들에게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대만인들 사이에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올림픽을 통해 애국주의와 중화민족의 자부심이 한껏 높아진 홍콩에서도 지난 7일 치러진 제4대 입법회 선거에서 중국에 비판적인 범민주파가 직선제로 뽑는 지역구 30석중 19석을 석권하며 예상밖 선전을 펼쳤다. 올림픽으로 중국 정부가 어느 때보다 위대하고 가깝게 다가왔지만, 홍콩인들은 여전히 친중국파에  무조건 ‘예스’라고 말하지 않았다.

 중국에 대해 가장 씁쓸하게 느낀 것은 한국인들이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금메달 소식에 환호하는 동안 올림픽 개막 전부터 인터넷에서 달아오르던 `반한감정‘은 경기장 곳곳에서 폭발했다. 텔레비전을 통해 개막식 때 한국 선수단이 입장하는 동안 중국 관중의 냉담한 반응, 한국 선수단과 싸우는 팀에 대한 중국 관중의 열렬한 응원 함성을 들었다. 심지어 한일 야구전에서 중국 관중들의 일본 응원은, `반일감정이 반한감정보다는 강하겠지’라는 섣부른 위안까지 배신해 버렸다. 한국과 중국인들은 서로의 역사를 진지하게 돌아보며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일본은 한국에 비해 훨씬 안도의 한숨을 쉬며 올림픽을 지켜볼 수 있었다. 후진타오 정부가 전략적으로 우호적 중일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 관중들은 과거의 반일감정을 일거에 풀어버리기라도 한 듯 일본팀을 응원했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이 개막 직전인 8월4일 특집기사를 통해 올림픽 기간 동안 100만명이 넘는 농민공이 베이징에서 강제로 추방되고 베이징 시민 10명당 1명꼴인 140만명의 군, 경찰 병력이 배치됐다고 폭로하는 등 올림픽의 그늘에 대한 문제제기를 멈추지 않았다.

 ‘중화민족의 100년 만의 꿈이 실현됐다’는 베이징 올림픽은 이웃 국민들에게 감탄과 함께 두려움, 소통 불가능의 막막함을 동시에 선사한 듯 보인다.

 베이징 올림픽의 문제점 목록을 만들어 보려 한다면 끝이 없을 것이다. 100만명이 넘는 농민공을 추방한 뒤에도 지하방에 숨은 농민공들을 끝까지 찾아내기 위해 단속반원들이 밤 11시가 넘어서도 색출작전을 벌였다. 올림픽 경기장을 짓는 동안 수만 가구가 강제철거 당했고, 올림픽 동안 시위 허가를 신청한 이들도 체포됐다. 그 가운데 강제철거에 항의하려던 80살 할머니 두명은 1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베이징에서 지내며 중국인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한번쯤 중국인의 입장에서도 올림픽의 의미에 공감하고 거기서 출발해 얽히고설킨 문제들을 풀 출발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개막식 공연자들이 기꺼이 감수한 `희생‘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기꺼이 `계엄 올림픽’을 받아들이고, 일상의 모든 불편함을 자랑스럽게 참았던 대다수 중국 인민들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동안 주경기장(냐오차오) 앞 광장에는 올림픽을 축하하려고 생업도 포기한 채 중국 곳곳에서 자전거로 수천㎞를 달려 왔다는 ‘열혈남아’들이 몰려 들었다. 천안문 광장 앞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중국인들은 단결이라는 큰 정신적 자산을 얻었다. 올림픽을 통해 세계가 중국을 더 잘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의 진심 어린 환호와 베이징 올림픽의 수많은 문제점을 비판하는 외부 시선 사이의 간극은 태평양보다도 더 넓어 보인다. 역사의 상처를 딛고 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날아보겠다는, 자존심 강하고 고집센 중국의 우리 이웃들에게 비난과 비판만을 퍼붓는 것이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진정 도움이 될까?

 중국의 어두운 면과 약자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돼, 지나친 환호에도, 지나친 미움에도 휩쓸리지 않는 따뜻한 이해와 냉정한 비판정신, 우리와 너무나 다른 이 이웃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모두 필요할 것 같다. 중국이란 한국의 숙명적 이웃, 이 거대한 문명은 하나의 단순한 시선으로 판단하고 대면하기엔 언제나 너무 버겁고 복잡하지 않았던가? 

(출처 : 서남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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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vin | 2008/09/16 10:33 | 동아시아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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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OSH at 2008/09/16 13:39
20년전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과 비슷하긴 하지만
훨씬 대규모에 훨씬 힘을 가진 존재가 움직인다는건
역시 무섭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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