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0일
세습정치인으로서의 아소 타로 총리와 그의 ‘인기’
강태웅 (광운대 일본학과 교수 / 서남포럼 운영위원)
고이즈미 전 총리가 정계은퇴를 선언하였고 그의 차남을 후계자로 지명했다. 이로써 고이즈미가는 4대째 정치를 하게 된다. 장남은 동생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알아서였는지 일찌감치 연예인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국민이 투표를 하는 민주주의사회에서 세습이란 말을 쓰는 것이 모순이 있어 보이지만, 영국, 미국도 그러하듯이 일본의 많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를 물려주고 물려받는다. 세습 받은 것이 공공연해진 이는 별다른 정책을 제시하지 않아도 그 지역의 후원단체와 결부되어 있기에 선거에서의 고득표가 어렵지 않은 것이 일본정치의 현장이다.
최근 아베 총리와 후쿠다 총리가 연속적으로 단기간에 스스로 그만둔 것은 세습정치인의 무책임함과 안이함에서 비롯한다라는 비판이 일기도 하였다. 즉 치열한 정책대립과 선거공방과 같은 과정을 겪지 않았기에, 싸워나가기 보다는 맘에 안들면 그만두는 세습정치인들의 ‘투정’에 의해 정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을 이은 것도 역시 세습정치인인 아소 타로이다. 최근의 총리대신의 면면을 보면 사회당출신인 무라야마 총리를 제외하고는 하시모토, 오부치, 모리, 고이즈미, 아베, 후쿠다에 이르기까지 모두다 세습정치인들이니 오히려 세습정치인이 아닌 사람이 총리대신이 되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이다.
아소 타로 총리는 요시다 시게루의 외손자이고, 친가 쪽도 증조부부터 국회의원을 역임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이러한 정치인 가문에서 태어난 아소 총리가 세습정치인에 대한 비판여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리대신자리에 오른 것은 그의 대중적인 인기이다. 곧 있으면 행해질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자민당 승리를 위해서는, 대중적 인기가 없는 후쿠다 총리 대신 아소 총리가 적임자라고 여겨진 모양이다. 행정능력보다는 여론에 의한 이미지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아소 총리의 언행을 접해왔던 한국 쪽에서는 걱정과 더불어 의아함이 들것이다. 식민지시기 조선인이 많이 노동 동원되었던 아소탄광의 사장이기도 했던 그의 이력과 더불어(현재는 그의 동생이 사장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보수우익적인 극단적인 역사인식을 많이 접해왔기 때문이다. 창씨개명, 위안부 관련한 그의 망언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그의 독설은 역사인식만이 아니라 같은 정치인들에게도 향하기도 한다. 같은 자민당 출신인 국회의원을 부락민출신이라고 차별하는 발언을 하기도 하고, 야당인 민주당을 독일 나치에 비유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등 문제적 언행은 헤아릴 수도 없다.
물론 문제되는 언행이 꼭 일본국민에게 반감을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즉 그러한 문제되는 발언을 지지하는 이들도 다수 존재하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다. 또한 자민당 총재선거에 네 번 나서서 총리자리를 거머쥐었기에 그의 포기하지 않는 ‘저력’에 대한 기대감을 일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듯하다.
거기에 아소 총리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인터넷에서의 인기가 높다. 클레이 사격선수로 몬트리올 올림픽에 출전했던 그의 특이한 이력은 다른 총리들과 차별되는 특징이라 자주 미디어에 오르내리지만, 그보다는 바로 아소 총리가 만화를 좋아한다는 점이 그 인기의 핵심이다. 아소 총리의 총리설이 나오기만 하면 만화관련 회사들이 주가가 상승하기도 하였다. 아소 총리 본인 또한 만화를 애독하고 있는 것에 대해 숨기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일주일에 나오는 십여권이 넘는 주요한 만화잡지를 다보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종종 이야기하고, 소녀인형이 전투를 벌이는 『로젠 메이덴』이라는 만화를 공항에서 읽고 있는 모습이 주간지에 보도되어, 인터넷에서는 그를 ‘로젠 각하’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하였다. 이번에 열린 총재선거 때에는 전자제품의 거리이자 일본 매니아들의 집합소인 아키하바라에 아소 총리를 응원하는 간판이 내걸리기까지 하였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아소 총리의 만화에 대한 애정이 미디어에 계속 반복되어 보도된다는 것이다. 행정적, 정치적 능력보다는 미디어 노출과 화제거리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이즈미 전총리와 비슷한 면이기도 하다. 과연 이러한 인기가 국회의원 선거에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계속된 세습정치인들의 부적절한 행태에 일본의 유권자들이 책임을 물을 것인가. 물론 야당인 민주당에도 세습정치인들이 많은 것을 생각한다면 그다지 변화의 폭은 없는 것 같지만, 변화에 대한 기대는 저버릴 수 없을 것 같다.
(출처 : 서남포럼)
# by | 2008/10/20 16:51 | 동아시아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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